고혈압/당뇨/만성질환을 책임지는
현내과의원
포옹이 주는 위로, 기분 탓 아니었다... '체온'이 뇌 신경 조절해
따뜻한 포옹을 하거나 이불 속에 들어갈 때 느껴지는 온기가 단순한 편안함을 넘어, '이것이 나의 몸'이라는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퀸메리 런던 대학교와 이탈리아 파비아 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수십 년간의 신경과학 및 심리학 연구를 분석하여 온도 감각(Thermoception)이 신체 소유감과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온도가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를 넘어 인간의 자아 형성과 사회적 유대감에 깊이 관여하고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신경과학, 심리학, 임상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된 기존 연구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리뷰(Review)' 방식을 채택했다. 연구진은 뇌졸중 환자, 거식증 환자, 신체 통합 정체성 장애(Body Integrity Dysphoria) 환자 등의 임상 사례를 통해 온도 감각의 이상이 신체 인지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했다. 특히 피부에서 뇌로 전달되는 열 신호가 자아 인식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주력했다. 분석 결과, 온도 감각은 뇌의 '섬엽(Insular cortex)'으로 신호를 전달하여 안전함과 정서적 조절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뇌졸중 등으로 체온 조절이나 감각에 이상이 생긴 환자들이 자신의 신체 부위를 '내 것'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따뜻한 사회적 접촉(포옹 등)은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하고 스트레스를 낮추며, 타인과의 경계를 허물고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우울증, 불안 장애, 섭식 장애 등 신체 감각과 자아 인식이 분리되는 정신 질환의 원인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연구팀은 온도 감각을 활용한 새로운 정신 건강 치료법 개발의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의족이나 의수 등 보철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를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온도 감각 기능'을 탑재한 기술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를 주도한 라우라 크루시아넬리(Laura Crucianelli) 교수는 이번 발견에 대해 "온도는 인간이 느끼는 가장 원초적인 감각 중 하나다. 따뜻함은 자궁 속에 있을 때부터 초기 양육 과정, 그리고 누군가가 우리를 안아줄 때 느끼는 보호의 신호다. 이는 우리를 생존하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나 자신'임을 느끼게 해준다. 뇌가 따뜻함과 차가움을 해석하는 방식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신체가 어떻게 마음을 형성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Shaping bodily self-awareness through thermosensory signals: 온도 감각 신호를 통한 신체 자아 인식 형성)는 지난 2025년 12월 국제 학술지 '인지과학 트렌드(Trends in Cognitive Sciences)'에 게재됐다.